이름값 못하는 꽃

































최근 박성오님께서 소개했던 양귀비 꽃밭이 부산에서 그리 멀지않는 곳이라 잠깐 둘러보고 오자는 맘으로 지난 토요일 아침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다.

근데 막상 도착해 보니 적절한 광선에 활짝핀 양귀비 꽃들이 만발해 있었고, 지금까지 머릿속에 별로 아름답지 않은 꽃으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볼수록
아름다움이 있지않는가? 마치 초파일 붉은 연등을 만들다가 실패해서 꾸겨버린 종이로 만든 꽃처럼, 꽃 중에도 깊이가 없고 쉽게 속살을 다 내보이며
때론 야하면서 헤픈 XX처럼 볼품없는 꽃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워 보이는가, 그 옛날 당태종의 양귀비가 그랬던가.....

구름이 햇살을 가리면 쉽게 짜증을 부리던 것이, 햇살이 나시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넓은 아량으로 약 2시간 동안 무아지경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사진의 성숙단계에서 처음에는 마구 찍어대는 단계, 그 단계를 지나면 자기도취 단계가 되고, 그 단계가 지나면 남의 사진에 흠이 보이고, 그 단계가
지나면 자기 사진에 흠이 보인다 했거늘, 난 이제 2단계인 자기도취 단계인가???

이무리 미워도 이렇게 좋은 점만 보면 미움이 사랑으로 변할 수 있고 불필요한 고정관념을 버리는 사고가 중요하다는 것을 또 한번 사진을 통해 느낀다.
누군가 행복의 지수에서 100%를 초과 하려면 거기에는 반드시 “감사”라는 관념이 필요하다 했듯이 이렇게 귀한 꽃밭을 조성하여 지나는 모든 이를 즐겁게
해주는 이름모를 주인이 누구인가, 촬영하면서 몇 번이나 건물을 쳐다봤지만 끝내 얼굴을 내보이지 않는 터라 그저 감사하는 마음으로 돌아왔다.

山川/우남철
2008.06.1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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